메타가 카메라를 아예 탑재하지 않은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내부 코드명은 루나(Luna)로, 이르면 2026년 10월 매장에 등장할 수 있다. 이 하나의 설계 결정이 안경이 얼굴에 얹혔을 때 다른 사람을 몰래 촬영하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그저 착용자의 말을 듣는 장치가 될지를 가른다.
실제로 일어난 일
Decrypt가 The Information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루나는 카메라 대신 6개의 내장 마이크를 탑재해 Meta AI와 메타의 새 개인 비서 Muse에 연결된다. 측면 버튼을 누르면 Meta AI가 즉시 실행된다. 안경다리는 기존 Ray-Ban Meta 모델보다 얇아졌고, 내장 스피커는 비슷한 방식으로 유지된다. 메타는 2026년 9월 23~24일 멘로파크 캠퍼스에서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Connect에서 루나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코드명 클럽마스터(Clubmaster)와 버뱅크(Burbank), 두 가지 스타일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보는 카메라 탑재형 Ray-Ban Meta 안경이 힘든 한 해를 보낸 뒤 나온 것이다. 2026년 1월 BBC 조사에서는 여성들이 동의 없이 몰래 촬영돼 온라인에 게시된 사례가 드러났고, 2월에는 나이로비의 계약직 검수 인력이 사람들이 옷을 벗는 장면이 포함된 영상을 검토했다는 별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
Ray-Ban Meta 안경은 손을 쓰지 않고도 1인칭 시점 사진과 영상을 손쉽게 찍을 수 있게 해줬고, 그 점이 인기 요인이 됐다. 동시에 논란의 불씨이기도 했다. 집단소송이 잇따랐고, 텍사스주 검찰총장의 조사, 그리고 메타에 얼굴 인식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ACLU 주도 연합의 압박도 이어졌다. 뉴욕경찰(NYPD)과 국토안보부 내부 메모는 이 안경이 감옥이나 정부 건물 내부를 아무도 모르게 촬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CE는 자체 직원들에게 근무 중 착용을 금지했다. 온라인에서 굳어진 별명 '변태 안경(pervert glasses)'은 일상용 기기에 붙기를 바라는 이름은 아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이유
카메라가 없는 안경은 방에 들어설 때의 느낌 자체를 바꾼다.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촬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그 대가도 있다. 루나는 애초에 이 안경을 즐겁게 만들었던 1인칭 시점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남는 것은 '듣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말을 듣고, 답하고,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인식할 수 있지만 낯선 사람을 향해 렌즈를 겨누는 일은 없다. 이는 촬영이 아니라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일상 위에 얹히는 또 다른 종류의 레이어다. bonuz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카메라 없이도 실제로 어떤 장소에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를 그 장소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휴먼 레이어(Human Layer)'다.
더 큰 질문
벤담은 소수의 간수가 자신은 보이지 않으면서 모든 수감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판옵티콘을 설계했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 질문은 거의 뒤집혔다. 얼굴에 쓰는 기기가 아예 보는 능력을 포기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은 단지 불편함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앞으로 지켜볼 것
메타의 개발자 콘퍼런스 Connect는 2026년 9월 23~24일 멘로파크에서 열리며, 여기서 루나가 처음 공개될 수 있다. 이르면 2026년 10월이라는 출시 시점이라면, 공개 후 불과 몇 주 만에 소비자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만 탑재한 설계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안경을 착용하는 느낌을 실제로 바꿔놓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